안녕 2017. 송년회 겸 크리스마스 파티. 카프카, 처럼, 훈, 서이, 일랑, 봉, 노이, 큰코, 견우성, 조년




각자의 사정으로 앞당겨져 크리스마스 파티를 겸했던 송년회. 처럼셰프 주최로 노포, 소주 감성 인생에 낭만 가득했던 날.

그러고보면 다사다난한 와중에도 한 해의 마무리는 축제처럼 지내왔구나.

올해는 타종식을 보지 않았다. 고향 침대에 멍하니 누워 다들 유난이구나 하며 투덜거렸다. 갖다 붙이면 온통 의미가 되는 날들. 왠지 분주해야 할 것 같은 날이 싫어 도망쳤거늘. 내일 뜨는 해는 뭐 다른가? 어? 모로 누워 송년회 사진들을 보며 피식댔다.

어딘가는 한 뼘이 자랐고 어딘가는 뭉텅 잘려나간 한 해였다. 마음은 바쁜데 몸은 느릿해 곧 잡아먹힐 초식동물처럼 그렁그렁한 눈으로 지냈다. 툭 치면 울어버릴 듯해 입을 꾹 다물거나 욕지거리를 달고 살았다.

어찌됐든 한 해의 끝엔 축제가 있다. 더운 날이면 떠날 곳이 있다. 1월 1일, 저무는 해 저편으로 남겨두고 온 것들을 작은 상자에 꼭꼭 담았다. 조여도 조여도 왈칵 떠오르는 것들이 여기에 담긴 것이기를.






멘야산다이메 이태원점 (라멘)

 02-546-4129

영업시간 : 매일 24시간



주문 : 돈코츠라멘 8,000원 / 카라구치라멘 8,000원 / 도꾸리 300ml 10,000원

개인평점 : ★★★☆ / 보통 라멘 가게들보다는 훨 맛있으나 라멘 맛집들 중에서는 그냥 그렇다.

화장실 : 건물 외부. 다른 곳 화장실을 들렀다 오시길.




맛있는 가게들이 워낙 많아져서 어디서 먹든 기본은 하는 라멘.

그럼에도 부러 찾는 곳이 있다면 상수의 '하카타분코' 정도. 다소 무거울 정도로 진한 육수가 입맛에 맞는다.

늦은 새벽까지 카페에서 작업을 하다 라멘이 생각나 들른 이태원 멘야산다이메.

24시간 영업하는 덕에 갑자기 당길 때 들르기 좋다. 단, 새벽에도 웨이팅이 있을 때가 많은 게 단점이다.

친구와 갔기 때문에 돈코츠라멘, 쿠로라멘 시키고 반주로 도꾸리 한 잔도 곁들였다.

평범한 라멘 맛을 떠올리면 되겠으나, 평범한 라멘들 중에는 제일 맛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육수에 부드러운 차슈. 육수가 너무 무거우면 몇 입 먹고 물릴 때가 있는데 여긴 마지막 국물까지 딱 맛있게 먹었다.

카라구치라멘은 돈코츠라멘보다 칼칼하다. 라멘 특유의 느끼함을 싫어한다면 카라구치라멘을 추천한다.

날씨 선선해 시킨 독꾸리는 둘이서 세 잔씩 먹으면 끝. 쓰지도 않고 추운 날에 마시면 적당히 기분이 좋다.

하카타분코가 아니었으면 별 네 개를 드리고 싶었으나, 유독 집착하는 가게가 있는 탓에 세 개. 따뜻하게 잘 먹었습니다.




반장 즉석떡볶이 홍대점 (즉석떡볶이, 짜장떡볶이, 도시락, 오뎅탕)

 02-337-3700

영업시간 : 매일 11:30-21:30



주문 : 반장떡볶이 2인 13,500원

개인평점 : ★★★☆☆ / 여느 즉석떡볶이보다 괜찮았다. 가끔 생각날 것 같다.

화장실 : 점포 내부에 있다. 청결한 편.




떡볶이를 좋아한다. 어느 지역을 가든 떡볶이 포장마차만 보이면 떡볶이를 먹는다.

다 거기서 거기인 듯한 맛들 중에 특출난 떡볶이를 찾았을 때의 쾌감이란.

그럼에도 엽떡이나 즉석떡볶이는 잘 찾지 않는다. 식사로 먹는 떡볶이는 별로기도 하고, 소문난 집이라도 즉석떡볶이 맛은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반장 즉석떡볶이는 동행한 친구가 떡볶이를 좋아해 선심쓰듯 들렀다. 사실 또보겠지(?) 떡볶이를 찾았으나 휴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단맛에 적당히 맵고 여느 즉석떡볶이보다는 맛이 좋았다. 밀가루 냄새를 싫어하나  달큰하니 텁텁한 게 여긴 괜찮더라.

사리들의 퀄리티도 적당하고 국물이 중독성 있다. '반장 즉석떡볶이' 하고 떠올리면 생각나는 맛은 확실한 편.

좋아하는 맥스 생맥주를 파는 것도 마음에 들고, 서비스도 굉장히 친절하다. 볶음밥을 볶을 땐 팬을 들고 옆 테이블에 가서 볶아주신다.

비가 와서일까 늦은 시간이어서일까 손님이 많이 없는 것도 좋았다. 도란도란 저렴히 반주하기 괜찮다.





마시찜 용산아이파크몰점 (돼지갈비찜, 소갈비찜, 직화제육볶음, 감자전, 오징어부추전, 볶음밥)

 02-2012-0622

영업시간 : 매일 11:00-22:00



주문 : 돼지갈비찜 13,000원

개인평점 : ★★★☆☆ / 그냥 익히 알고 있는 집밥 갈비찜 맛.

화장실 : 아이파크몰 화장실 사용. 청결하다.




찜이면 환장을 한다. 아구찜, 꽃게찜, 해물찜, 김치찜, 갈비찜 더 말하기도 입이 아프다. 어딜 가나 메뉴 선택이 어려울 땐 찜을 고른다.

자주 가는 아이파크몰을 자주 가는데, 메뉴를 고르다 삼청동에서도 간 적 있는 마시찜으로 결정했다.

차림새는 정갈하나 맛은 그저 그렇다. 갈비찜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맛. 적당히 달큰하고 기름지고.

매운 갈비찜 가게가 많은 요즘 이런 맛이 생각나면 찾을 곳이 마땅찮아 반갑기는 하다.

찬은 정성들여 만들었다기보다 체인점스러운 맛. 또 그 맛의 무말랭이를 좋아해 몇 번을 더 먹기는 했다만.

사람이 워낙 많아 반찬을 리필하거나 추가 주문을 할 때 친절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 했다.

바글바글하고 시끄러운 탓에 다시 갈지는 모르겠다.




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

개인 평점 : ★★★★☆

한 줄 요약 :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랑을 하느니, 갑각류로 살겠다.




44, 45 사이즈 구두는 있어도 44 반은 없는 곳. 이성애자, 동성애자는 있어도 양성애자는 없는 곳. 커플이 있고, 외톨이가 있지만 그 외의 존재는 동물이 되는 곳. 어디 다른 세계 이야기던가. 지극히 이분법적인 '더 랍스터'의 세계관은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곳과 너무나 닮아서 영화 같지가 않다.

이하 감상.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45일 안에 커플이 되지 못 하면 동물이 되는 호텔에서 도망친 남자는 외톨이의 숲으로 간다. 하지만 외톨이의 숲에서 자신과 똑같이 '근시'를 가진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을 나누면 살아남지 못 하는 외톨이의 세계에서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와 도시로 도망치지만, 결국은 어디로도 도망치지 못 한다. 어느 곳에도 속하고 싶지 않아 울타리를 넘었던 남자는 결국 어딘가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영화는 역설로 가득하다. 골계미가 넘친다. 사람은 둘이어야 온전하다고 외치는 호텔의 매니저는 둘이어야 하는 이유를 체했을 때 도와줄 수 있어서, 강간의 위험에서 안전할 수 있어서 등, '둘이지 않아도' 가능한 사례를 들어 강연을 펼치고, 죽음의 위기 앞에서 남편과 서로 죽음을 미루기 바쁘다. 외톨이의 수장인 여자는 새로 온 멤버에게 진한 포옹으로 인사를 건네고, 주기적으로 부모님을 찾아가 자신의 안부를 묻는 부모님에게 그럴싸한 변명을 하기에 바쁘다.

자위행위를 한 호텔의 남자는 토스트기에 손을 집어넣는 형벌에 처해지고, 연분이 난 외톨이 숲의 남녀는 입술이 잘려야 했다. 반면, 호텔에서 외톨이를 사냥할 때도, 외톨이의 숲에서 호텔을 급습할 때도, 그들은 서로의 '피'를 보지 않는다. 고고한 이유로 서로의 이념을 부인하는 두 집단은 묘하게도 스스로의 집단에게만 엄격한 모습을 보인다. 강요란 그런 것이다. 죽어라 외치지만, 설득에 의미가 있기보다, 자신의 의미를 관철하는 데 있는 것이다.

너무나 담담하게 슬랩스틱을 구사하고, 너무나 진지하게 모순을 연기한다. 선천적으로 코피가 자주 나는 여자를 꼬시기 위해 책상에 코를 찧어대는 남자. 감정이라고는 없는 사냥꾼 같은 여자를 꼬시기 위해 형의 죽음 앞에서도 유머를 구사해야 하는 남자. 그런 그들은 다리를 저는 자신과 같은 다리를 저는 여자를 만나길 원하고, 근시인 자신과 같은 근시인 여자를 만나길 원한다. 기껏 영화에서 등장하는 깊은 유대가 절름발이로서의 유대, 근시로서의 유대가 전부인 것이다. 그리고 수단이 되어버린 하찮은 유대가, 영화의 결말을 장식하기까지 한다.

멍하니 등 기대어 앉아 있으면 내 손을 끌고 엔딩 크레딧까지 데려가는 영화가 있고, 극장을 나서서 이부자리에 눕고 나서야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영화가 있다. 오랜만에 '잘 들었어요?' 대신 '어떻게 들었어요?'라고 묻는 영화를 만났다. 영화의 철학을 읽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이 영화를 보고 피식 했다면, 혹은 몇 장면을 놓칠 만큼 사색에 잠겼다면, 감독은 얼마나 기뻐할까.

내가 아파서 너도 아프길 바랐고, 네가 아파서 나도 아파야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았던 지난 날들을 가슴이 저릿하게 반성하고 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사람이기보다, 랍스터가 되고 싶었다. 말 없는 동물이 된다면 네가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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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노바디 (Mr.Nobody, 2009)

개인 평점 : ★★★★☆

한 줄 요약 : 당신이 버린 선택들. 그 선택들 앞에 펼쳐졌을 인생들. 수많은 선택, 수많은 나.




“자네가 존재한다고 확신할 수 있나?”


누군가는 재밌지 않냐고, 누군가는 끔찍하지 않냐고 물었다. 수천, 수만 번을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역사. 너무나 끔찍해서 재밌다 치고 사는 걸까.


어떤 날은 울고 어떤 날은 웃었는데, 그때도 지금의 나와 잠깐 눈이 마주쳤던 것 같은데, 애써 외면하다 지층처럼 견고해진 혹은 흩어진 나날들. 


14살, 18살. 다시 21살, 24살의 카프카가 있었다. 제각기 텅 빈 집의 침대에 누워, 충혈된 눈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이름 모를 술집의 층계에서, 구석진 내무실 침대에서. 애타게 지금의 나를 찾던 눈빛들. ‘괜찮을까요?’ 귀찮은 마음에 ‘괜찮아. 하고 싶은대로 해’ 하고 대충 돌려보냈었는데, 한 번은 다시 올 줄 알았건만 감감무소식인 그대들. 선택의 역사.


알람을 몇 차례 미루다 결국 꺼버리고 눅눅한 몸을 일으켰다. 암막커튼을 걷어도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밤. 휘적휘적 일어나 아직 남은 어스름을 보며 담배를 피워댔다. 아, 기어코 선택한 하루. 아득히 먼 곳으로부터 세계가 아스라지며 달려오는 상상을 한다. 그렇게 산산이 조각나던 세계는 내 발치에서야 멈춰서고, 주춤하더니 ‘진짜죠? 괜찮다고 하신 거 맞죠?’ 하는 목소리와 함께 되감기하듯 빠르게 복구되는 것이다.


감기처럼 찾아오던 무감각이 일출처럼 일몰처럼 반나절을 못 가고 찾아온다. 본능처럼 온몸의 신경들이 수많은 카프카를 찾고 있다. 물어볼 것이 너무 많고, 선택할 것이 너무 많다.


‘혹시 거기도 제가 있나요? 저,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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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강의실에서, 노트에 샤프, 2017)




맞아. 넌 이런 때에도 찾아오는 놈이었지.
이제는 술과 꽤 소원해졌는데, 어쩌다 만나는 날이면 안부도 묻기 전에 날아오는 카운터에 나가떨어지는데.
이미 시험장을 나서놓고, 담배보다 강의록을 먼저 꺼내 훑는 미련한 미련을 이제는 알 것도 같은데.
삼월에서야 급히 산 다이소 다이어리엔 덕지덕지 취소선이 그어진 일정들로 빼곡한데. 이제는 '내일의 나'와 꽤 친해졌는데.
맞아. 넌 이런 때에도 찾아오는 놈이었지.
맞아. 한동안 네가 안 보일 때면 내가 널 불러대곤 했었지.





콩지낙지 (낙지볶음, 낙지찜, 국밥)

 02-2259-0069

영업시간 : 월-금 11:00-21:30 / Break Time 15:00-16:00



주문 : 직화낙지볶음 (2인 이상) 9,000원

개인평점 : ★★★☆☆ / 한 끼 식사로 적당하다. 찾아가서 먹지는 않을 듯하다.

화장실 : 건물 내부. 세브란스 빌딩이기에 시설은 깔끔하나, 술자리 손님들이 많은 시간이어서 다소 불청결했다.




물컹한 식감의 음식은 죄다 싫어한다. 버섯류, 발 많은 동물류, 심지어 젤리까지.

그러다 최근에야 낙지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추석에 들른 본가에서 엄마를 따라 간 낙지볶음 가게가 꽤나 입맛에 맞았던 것.

못 먹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서인가 부쩍 낙지 생각이 많이 나던 차, 형이 낙지도 먹냐며 재차 묻는 동생 둘과 낙지요리 식당을 찾았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내게도 알맞게 매콤하고 찬도 그럭저럭 정갈한 편. 함께 나오는 동치미가 참 맛있다.

오피스 상권이라 반주 하시는 손님들이 많으나,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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