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동무




동생이 부쩍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고양이를 키워봐서 알지 않느냐, 동물을 키우는 데엔 큰 책임감이 따른다, 갑자기 웬 동물이냐,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씁쓸하다.

"혼잣말이 하고 싶어서"

삼수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 앙상해진 몸뚱아리를 둘로 갈라 반수에 도전하고 있는 요즘. 위로를 빙자한 채찍질과 동정이 얼마나 서러웠을까, 스스로도 버거워 겹겹이 숨겨둔 불안을 타인의 눈동자를 통해 마주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온몸에 피멍이 들고 끼니를 걸러가며 몸매를 가꾸는 일은 오히려 쉬웠으리라. 끝이 나기 전엔 끝이 없는, 모든 게 물컹하기만 한 여정이 동생을 걸음걸음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있었으리라.

때로 위로는 독이 된다. 가끔은 위로의 말을 ATM기처럼 쉬이 뽑아내는 나 자신이 혐오스러울 때가 있다. 생채기가 안쓰러워 얼른 핥아주려는 마음에, 쓰린 상처의 속살을 미처 들여다보지 못 할 때가 많다.

동생은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말수가 적고, 자잘한 불편에 둔감해 불평이 없다. 그러나 햄스터 한 마리 없는 작은 방에서 울컥울컥 혼잣말을 삼켜왔을 것이다.

꽃화분에 물을 주고 극락조 이파리를 닦아내며 생각했다. 햄스터 한 마리를 키우는 건 어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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