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노바디 (Mr.Nobody, 2009)

개인 평점 : ★★★★☆

한 줄 요약 : 당신이 버린 선택들. 그 선택들 앞에 펼쳐졌을 인생들. 수많은 선택, 수많은 나.




“자네가 존재한다고 확신할 수 있나?”


누군가는 재밌지 않냐고, 누군가는 끔찍하지 않냐고 물었다. 수천, 수만 번을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역사. 너무나 끔찍해서 재밌다 치고 사는 걸까.


어떤 날은 울고 어떤 날은 웃었는데, 그때도 지금의 나와 잠깐 눈이 마주쳤던 것 같은데, 애써 외면하다 지층처럼 견고해진 혹은 흩어진 나날들. 


14살, 18살. 다시 21살, 24살의 카프카가 있었다. 제각기 텅 빈 집의 침대에 누워, 충혈된 눈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이름 모를 술집의 층계에서, 구석진 내무실 침대에서. 애타게 지금의 나를 찾던 눈빛들. ‘괜찮을까요?’ 귀찮은 마음에 ‘괜찮아. 하고 싶은대로 해’ 하고 대충 돌려보냈었는데, 한 번은 다시 올 줄 알았건만 감감무소식인 그대들. 선택의 역사.


알람을 몇 차례 미루다 결국 꺼버리고 눅눅한 몸을 일으켰다. 암막커튼을 걷어도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밤. 휘적휘적 일어나 아직 남은 어스름을 보며 담배를 피워댔다. 아, 기어코 선택한 하루. 아득히 먼 곳으로부터 세계가 아스라지며 달려오는 상상을 한다. 그렇게 산산이 조각나던 세계는 내 발치에서야 멈춰서고, 주춤하더니 ‘진짜죠? 괜찮다고 하신 거 맞죠?’ 하는 목소리와 함께 되감기하듯 빠르게 복구되는 것이다.


감기처럼 찾아오던 무감각이 일출처럼 일몰처럼 반나절을 못 가고 찾아온다. 본능처럼 온몸의 신경들이 수많은 카프카를 찾고 있다. 물어볼 것이 너무 많고, 선택할 것이 너무 많다.


‘혹시 거기도 제가 있나요? 저,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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