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남포동 / 자갈치시장 / 국제시장 / 깡통






좁고 긴 부리, 짧은 목, 길고 붉은 다리. 갈매기 너무 귀엽다.

한 줄로 쭈욱 앉아 있길래 한 장 찍어봤다.



남포역 내려서 자갈치시장 쪽으로 쭉 둘러본다.

바다 구경 좀 하고 구석구석 시장 둘러보다보면 1시간 훌쩍 지난다.

회도 못 먹고 비린내에 민감해서 시장 언저리로만 구경다녔다. 회만 먹을 줄 알면 훨씬 재밌을 텐데.

지도 앱 켜고 국제시장, 깡통시장으로 출발.



가격도 저렴한데, 이렇게 정갈할 수가. 갈대발에 올려둔 플레이팅도 예술이다.

당기는 종류들로 몇 가지 사볼까 하다가 들고 다니기가 귀찮아서 포기.



어린 학생들은 부디 국제시장 가지 마라.

한창 빈티지에 꽂혀 있던 시절, 국제시장의 명성은 어마어마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절친한 친구 아버지의 병문안으로 부산을 들른 적이 있는데,

친구의 손을 끌고 국제시장 구제 옷가게들을 쥐잡듯이 뒤졌었다.

당시엔 순진해서 사탕발림에 넘어가 구제 청바지를 5만원이나 주고 샀었는데

두어 번 입다보니 밑위를 지나치게 짧게 수선해놔서 불편하고 촌스러워서 못 입겠더라.


나는 안 당했지만, 고등학교 때 친구 한 명이 국제시장 옷 가게를 둘러보다 강매를 당했었다.

마음에 드냐고 눈 앞에다 들이밀어 묻고는 괜찮긴 한데 돈이 없다 했더니

어깨동무를하고 ATM으로 끌고 가더란다. 뽑아서 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동대문 양아치나 국제시장 양아치나 질 나쁜 건 거기서 거기였다.


오랜만에 추억에 젖어 빈티지 가게 몇 군데 들러보았으나, 터무니없이 비싼 건 여전하더라.

지폐 꼭 쥐고 흥정하던 문화는 없어진 것 같은데, 정찰제랍시고 새 상품이라 해도 말이 안 될 가격들을 붙여놨다.

발품 팔아 저렴하게 옷 사고, 빈티지 특유의 유니크함 찾는 것도 양심 있는 가게들 많을 때야 말이지.

매스컴 몇 번 타니까 정신 못 차리는 건 옷 가게나 음식 가게나 똑같다. 시장 인심 옛말이다.



길거리 음식 좋아라 하기 때문에 괜찮게 보이는 집 하나 골라 앉았다.

식사류는 안에서 먹을 수 있고 떡볶이나 튀김, 어묵류는 바깥에 앉아 먹는다.

떡볶이 진짜 맛있다! 달달하면서도 짭짤한 게 떡에도 양념 진하게 배어 맛있다.

떡볶이 거기서 거기라 생각해 맛있다는 말 잘 안 하는데, 이 집 떡볶이 진짜 맛있다.

함께 주문한 튀김은 별볼일 없고, 유부보따리도 가격만큼 맛있지 않다. 떡볶이 하나만은 28년 인생 세 손가락에 꼽힌다.


다만, 직원 분들이 굉장히 불친절하다.

평소에도 깍듯하고 공손한 친구 말투 덕에 우리에게는 신경 좀 써주셨으나

오며 가며 가격 묻는 손님들에게나 주문하는 손님들에게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게 대하신다.

툭하면 언성 높이고 음식 나올 때도 툭툭 들이미신다. 직원들끼리 손님들 앞에 두고 흉도 보더라.

시장 인심이란 말 싫어한다. 툴툴거리고 손님 푸대접하는 게 시장 인심이라면 시장 안 갈란다.




진맛집 떡볶이, 튀김, 어묵, 유부주머니, 국수, 당면, 빈대떡, 해물전

 051-246-5063

영업시간 : 08:00-20:00



주문 : 떡볶이 3,000원 / 유부보따리 3,000원 / 튀김(3개) 3,000원

개인평점 : ★★★☆ / 떡볶이 하나만은 예술이다. 나머지는 그저 그렇다.

화장실 : 안 가봤습니다.






생각보다 볼거리 없고 재미 없었던 시장 뒤로하고 와이즈 파크로 들어갔다.

이 시장통에 깔끔한 복합 쇼핑몰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깔끔한 화장실 사용하고 지하 오락실에서 게임 좀 하고 요즘 꽂힌 구슬설빙 먹어준다.



2박 3일 무턱대고 떠난 부산여행 끝.

잘 놀았다. 안녕 부산!

이제 몇 년 후에야 볼런지.

이런 저런 실패로 되는 일 하나 없다고 느껴지던 요즘. 제대로 치유받고 갑니다.


가끔, 밤바다를 봐야만 할 때가 있다.

+ Recent posts